[경기탑뉴스= 성은숙 기자] 삼성 이건희 회장이 25일 78세의 일기로 영면했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져 심장 스텐트(stent) 시술 뒤 6년 반만이다.
항간에는 천문학적인 상속세로 사망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만큼 병상에서 일어서지 못해 안타까웠다.
얇은 브라운관 TV가 벽에 붙는 세상이 올 거라거나 1인 1핸드폰을 사용하게 될 거라는 이건희 회장의 예견은 요즘 세대들이 들으면 구만 년 전 얘기로 들을 법 하다.
40센티쯤 되는 두꺼운 브라운관 TV가 흑백으로 재생되거나 컴퓨터 한번 켜려면 점심 먹고 와야 로딩이 되던 시대, 벽돌만 한 핸드폰을 자랑삼아 들고 다닌게 80년대 초반 이다.
엄마들은 코끼리표 전기밥통, 청소년은 소니 CD플레이어, 아빠들은 파나소닉 핸드폰을 로망 하던 때를 지나 가전하면 삼성을 만들기까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다.
1987년 창업주 이병철 회장 별세 이후 그룹 회장에 취임해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라는 약속을 했고 정경유착, 가족경영으로 인한 불투명한 지배 구조, 세금 없는 재산 증여 등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남겼지만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업이자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반열을 공고히 하며 약속을 지켰다.
이건희 회장은 97년 IMF를 예견하고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삼성은 물론, 나라마저 2류, 3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시점이라며 지난 30년 동안은 하면 된다는 '헝그리 정신'과 남을 뒤쫓아가는 '모방 정신'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지만 더 이상 재래식 모방과 헝그리 정신만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없게 되었다며 자율적이고도 창의적인 주인의식을 강조했었다.
자율과 창의가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이자 '정신적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무형자산을 확대하는 데 그룹의 경영력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힌 후 경영혁신에 매진했고 삼성은 권위적인 무게를 덜어내고 그룹의 무게가 가벼워지며 활기를 얻기도 했다.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거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라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은 유명하다.
가장 유능했던 경영인이자 다시 나오지 못할 세기의 리더는 별이 되어 사라졌다.
박정희 정주영 김우중 구자경 구본무 이병철 이건희 신격호 등 개인적인 빛과 그림자는 있겠지만 경제 산업 전반에 걸친 고인들의 업적과 정신만큼 역사에 이름을 올려 감사한 인물들이다.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인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창업 1·2세대 별들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에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