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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막고 눈 가린 의정부시의 포천 자일동 쓰레기 소각장 건립의지를 보면서

 

 

 

(사진) 포천시 소흘읍장

 

 

 

나의 공직생활 30여년 간을 통틀어 주민들의 절실함이 이토록 크게 와 닿은 적은 없었다. 정책이 합법성과 합목적성에 기반해 수립하고 추진되었더라도 세상에는 그 외에도 지켜야 마땅한 도리가 있으며, 이러한 도리를 간과하여 큰 시행착오를 겪는 일들을 심심찮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일의 시작은 이렇다. 의정부시에서 지난 2001년부터 사용하고 있던 장암동 쓰레기소각장 내구연한 15년 도래와 더불어, 도시개발에 따라 처리해야 할 쓰레기양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2023년 말까지 1일 처리용량 220톤 규모의 새로운 소각장 건립이 필요해졌다. 이를 위해 의정부시에서는 자일동을 쓰레기소각장 부지로 선정하고 인접 지자체 및 자일동과 민락동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등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고 있으나, 해당 주민 및 인접 지자체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모양새다.

 

왜 하필 자일동인가?

의정부시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현재 의정부시를 포함해 포천, 양주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소각장이 주변 지역주민과 환경에 피해를 준 사례는 없으며, 환경 차원에서 검증된 안전한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강남을 비롯해 시민들이 거주하는 한 가운데에 네 개의 광역소각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목동의 경우 반경 1km 이내에 어린이 병원이 있다고도 설명하였다.

 

또한 자일동 소각장 부지와 광릉숲은 4.8km 떨어져 있어 포천시의 주장처럼 심각한 환경피해가 있을 가능성은 극히 적고, 자일동을 선정하기까지 입지선정위원회 개최 등 행정절차를 밟았고 현실적으로 다른 부지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이다.

 

그러나, 소각장 이전 건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일동 선정 과정이 석연치 않고, 2017년 타당성 조사에서 장암동 현 시설 개ߴ 보수안과 자일동 건설이라는 두 개의 안만을 놓고 비교한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고 한다.

 

또한 합당한 절차와 예견되는 문제를 무시한 채 관철하려는 태도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자일동 쓰레기 소각장 건립반대에 대한 의견을 님비현상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내년 총선을 의식한다는 발언을 하는등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의정부시의 이와 같은 태도에 맞서 포천시에서는‘의정부시 자일동 소각장 건립반대를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에 7만 2천여 명의 시민이 동참하였고, 민락2지구 주민 1천 4백 43명 및 해당 자일동 주민 200여 명도 서명에 동참하였다고 밝혔으며, ‘광릉숲 친구들’이라는 남양주시 소재의 시민단체에서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인근 지자체인 포천시의회 및 양주시의회에서도 소각장 건립반대 결의안을 채택하여 자일동 쓰레기 소각장 건립에 분명한 반대의견을 표한 바 있다.

 

자일동 쓰레기소각장 건립과 관련하여 설령 의정부시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여도, 도의적 책임을 저버린 무책임한 주장으로 느껴짐은 무슨 연유이며, 이는 비단 나만이 느끼는 감정일까?

 

쓰레기소각장 설치 예정지 인근에 600년 역사의 숨결을 고이 간직하고 있으며, 진귀한 동식물과 생태계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광릉숲이 위치하고 있다.

 

현재 모든 지역에서 가동 중인 쓰레기 소각장들의 위치, 그리고 여타의 사례를 종합했을 때 광릉숲과 같이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 인근에 쓰레기 소각장을 설치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광릉숲을 보전하기 위해 조성된 생물권보전지역 전체면적이 24,465ha로 이 중 약 87%인 21,172ha가 우리 포천시에 분포한다. 포천시민들은 그 존재가치를 인정하여 사유재산권 침해와 불편을 감수하면서 까지 광릉숲 보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과연 포천시민들이 어리석기 때문일까?

 

사람에게 해가 없으니 동식물에게 해가 없을 것이고, 나아가 광릉숲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오류의 존재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일반화이다. 이렇게 의문스러운 논리로 자동차 통행조차 제한하는 광릉숲 인근에 과연 쓰레기 소각장 설치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또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남의 집 대문 앞에 쓰레기 소각장을 설치하겠다는 것은 지방자치 단체의 도의적 책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의정부 자일동 쓰레기 소각장 건립과 관련한 갈등을 보면서 요즘 우리나라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 아베 정권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 정치체제이다. 그러나 절실한 소수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가치가 함께할 수 있다면 더 바람직한 세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의정부시는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는 자일동만을 고집하지 말고 현재 운영 중인 장암동 쓰레기 소각장과 인근 부지의 효율적인 활용방안 및 반환된 미군 공여지와 군부대 시설 등 가능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본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갈등은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며 일이 더 어려워지고,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고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러한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성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였으니, 우리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 또한 반드시 이루어지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