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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요즘 예능 대세 프로그램 " 싹슬이 " 부캐의 세계

'업글인간' 되기

 

 

 

 

밥은 걸러도 마스크는 챙겨야 하는 2020년 기온은 점점 올라 답답함이 극에 달할 즈음 MBC예능 '놀면 뭐하니? '의 여름 프로젝트 그룹 SSAK3(싹쓰리)의 등장은 얼음 채운 사이다처럼 시원했다.

내가 그들을 만난 건 늦은 점심을 먹던 식당 TV에서였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 결혼해 제주살이를 시작한 이효리, JYP연습생 시절을 거쳐 세계 속에 우뚝 선 정지훈(비), 만인이 좋아하는 국민MC 유재석까지 '참 신선한 조합이군!' 하는 것으로 관심은 멈추었다.

집안일을 하며 무심코 켜둔 TV에서 화장기 하나 없이 몸뻬 바지에 벙거지를 쓰고 풀을 뽑던 소길댁 이효리가 풀 MAKE-UP을 하고 내가 나타나면 다G린다는 뜻에 린다G, 비(정지훈)는 가요계에 용이 되겠다는 의미로 비룡, 유재석은 모든것이 가능하다는 유두(DO)래곤으로 각자 활동명과 이들 3명이서 가요계를 싹 쓸어버리겠다며 SSAK3라는 팀명을 정하고 있었다.

요즘 말로 신박했다.

하던 일을 계속하며 화면을 뒤로한채 간간히 들리는 소리에 귀가 간다.

"너는 부케가 뭐니?" 귀에 와 꽂히는 단어-부케.

부케가 뭐지? 신부 입장 때 드는 꽃다발을 떠올리며 여러 경험들을 쌓아 좋은 결과를 만들자는 의미로 쓰나 보다 미루어 짐작하면서도 나의 부케는 뭐지? 뭘로 만들어야 하나?

찰나의 의문을 품으며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서 니네들은 좋겠다'하고 무심히 지나쳤었다.

내 시선과 몸을 TV 앞으로 바짝 끌어앉힌 8월 초는 이미 싹쓰리의 대표곡 '다시 여름 바닷가'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고 데뷔와 동시 음악방송 2위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재방에 삼방까지 할 때였다.

 

 

모두를 G리게 하겠다던 이효리의 변신은 섹시 카리스마 장착으로 역시 연예인! 이란 감탄사를 남기기에 충분했고 어엿한 두 아이의 아빠이자 40대에 입성하는 비는 청년 때처럼 가벼운 춤을 추기 위해 10Kg을 감량하고 복근을 과시했다.

 

끼로 뭉친 두 춤꾼 사이에서 유재석은 안무를 외우고 리듬을 타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연습을 통해 곧 프로답게 센터를 누비고 카메라와 아이 콘택트를 하는 여유까지 선보였다.  그의 고군분투가 느껴지며 아... 역시 유느님!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떤 도전도 마다않고 끝나지 않는 전성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에 경외심이 든 후에야 바짝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여유 있게 물 위에 떠있는 백조의 물장구질을 낱낱이 본 듯한 느낌이지만 그 처절함 대신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전달됐다. 덕분에 지금도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던 내 마음이 하면 된다! 로 바뀐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쨌든 그제서야 그들 대화중 부캐가 -부캐릭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재석이 트로트가수 유산슬로 변신해 트로트를 부르고 DJ이자 개그우먼 김신영이 둘째이모 김다비란 부캐로, 린다G나 비룡, 유두래곤이란 이름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2020년 트렌드 코리아에 뽑혔던 여러 개의 자아 '멀티 페르소나'와 일맥상통하는 말이었다.

​문화 상품권을 문상이라 생일을 생파,생일 선물을 생선이라 부르는 정도는 눈치껏 알은 채 하면 되지만 '별다줄'(별걸 다 줄이네)같은 요즘 세대의 언어는 웬만한 눈치로도 알아채기 힘들다.

누군가 등 뒤에서 '아싸'(아웃사이더) 라 한다면 아싸 가오리!를 먼저 떠올리고 줄임말의 뜻을 한 번에 간파하지 못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애써 관심 갖지 않으면 대화의 문맥을 짚어가지 못한다니. . .구세대 임은 확실하나 딴 세상 이야기로 흘렸다가는 아이들과의 소통은 물 건너간 사실이다.

싹쓰리의 부캐는 어느 날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제주 소길댁의 몸빼를 걷어내자 요가로 단련된 몸매는 무엇을 입혀놔도 찰떡같이 소화시켰다.

1일 1깡 신드롬을 남긴 비 또한 노력의 아이콘이란 아이덴티티를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유재석에게 중년의 인격쯤이라 여기는 똥배따위는 없다. 오히려 30대 때의 두루뭉술한 지방을 걷어내 아저씨 느낌은 없다. 또,그는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술, 담배를 끊고 신문 읽는 것을 취미로 만들었다.

요즘 세대 말로 표현하면 핫한 몸, 딥 한 취미, 힙한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부캐였다.

​3개월간의 공식 활동을 마치고 그들은 흩어졌다. 그들이 남긴 것은 광고계 접수, 굿즈,콜라보 의류의 완판, 최고 시청률 경신이었지만 그들을 통해 내게 남겨진 화두는 노력해 만들어갈 나만의 부캐다.

해마다 트렌드를 대표하는분 야별 키워드가 있다.

워낙 유명했던 2017년도 키워드 욜로(You' only live once)를 시작으로 '각자도생' 2018년도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벨(위크라이프 밸런스) 로 이어지다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합친 편리미엄, 노력은 최소, 성과는 최대라는 뜻에 '라스트핏 이코노미, 호캉스등 줄임말 못지않게 알아채기 어렵다.

단,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이 밖에서 안으로, 우리와 너에서 나에게로 초점이 변하고 있다.

하고자, 혹은 되고자 하는 나의 모습은 무엇이며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시시하지만 줄임말이라도 알아채려 노력하고 있는가!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알아가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배워서 나줘야 하는 시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2020년 10번째 키워드 '업글인간'에 도전해본다. . . [경기 탑 뉴스 = 성은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