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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자들은 맞춤법 틀리는 남자를 진짜, 정말, 진심으로 싫어 합니다.

감기 빨리 낳으세요. 참 어의가 없네요

 

 

[경기탑뉴스=성은숙 기자]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민족 중 하나다."

1949년 7월 미국 ‘스프링필드 유니언’지에 실린 헐버트 박사의 인터뷰다.

 

한글을 외국에 알리고 조선의 독립운동에 힘썼던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 회고록 내용에 200여 개의 세계 여러 나라 문자와 비교해 봐도 조선의 글씨와 견줄 문자는 발견할 수 없다.

 

또, 한글은 배운지 나흘이면 어떤 책도 읽을 수 있다고 기록했다.

그러면서 중국뿐 아니라 일본도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해 소리 문자로 쓰자고 뜻을 피력했다.

 

참 흐뭇한 얘기다. ㄱ, ㄴ, ㄷ, ㄹ, ㅏ, ㅑ, ㅓ, ㅕ 몇 번을 되뇌어도 신기하기 그지없는 소리 문자.

세종대왕의 놀라운 업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세종 28년 (1446년) 집현전 학자를 불러 모아 정음청을 설치하고 한글을 창제해 조선 건국의 유구함과 조상의 성덕을 기리는 용비어천가를 지어 사용해본 뒤 백성을 가르치는 올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이라 이름 지으시고 훈민정음해례본을 만들어 창제의 의도까지 친절히 알려주셨다.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

이런 젼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홀빼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 펴디 몯할노미 하니라

 

내 이랄 위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여듧자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니겨 날로 쑤메 편안케 하고져 할 따라미니라 "

 

우리는 여기서 세종 28년, 집현전, 용비어천가와 해례본 전문 나랏말싸미 등 을 외워 시험을 봤다.

짧은 문장 속에서 국어 예상 문제 10개는 단숨에 뽑아낼 수 있다.

더 나가 된소리 ㄲ, ㄸ, ㅃ, ㅉ, 와 닿소리, 홀소리를 구별해 사지선다형 중 고르느라 한글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생각할 겨를 이 없었다.

 

우리말은 빨간색, 빨강, 새빨갛다, 시뻘겋다, 빨그스레하다처럼 붉음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표현을 옮기려면 영어 red-hot crimson; 밝은빨강 scarlet. bright red 처럼 다양한 표현이 없다.

 

푸르다, 푸르스름하다, 퍼렇다, 짙푸르다, 푸루 퉁퉁하다, 검푸르다, 시푸루 둥둥하다 처럼 (형용사에 명사가 붙을 때나 러 불규칙 형용사에 어간 어미를 따지려면 국어학자가 되어야겠으니 생략하고) 다양하지만 요즘엔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형용사의 능력은 생략해 치우고 한마디로 ㅇㅈㄷㄹ(오졌다리 멋지다는 뜻) 로 표현하니 안타깝다.

 

또한, 길거리를 지나거나 버스 뒷자리에 앉아 아이들의 이야기를 무심코 듣다 보면 무슨 외계어도 아니고 도통 모르는 말 투성이다.

 

바로 그때 절로 핏속에 흐르다 입으로 나오는 한글사랑 '아이고 세종대왕 곡하시겠네 '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한글의 천재적인 구조에 놀라고 만다.

 

'롬곡' 글자를 뒤집어보면 눈물이란 뜻이다.

'차애' 두 번째로 애정 한다는 뜻으로 한자의 뜻을 소리로 빌려와도 말이 된다.

영어로 바꾸면 second + affectionate (다정함) 또는 love (사랑)을 넣어 합쳐봐도 뜻을 알만한 새 단어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아니 영어가 어렵다.
 

어쨌든 음절의 높낮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중국의 사성이나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로다.' 하며 쓰기는 커녕 읽지도 못하는 한자를 봤을 때, כל המרומם את עצמו ישפל והמשפיל את עצמו ירומם׃ 이런 모양의 히브리 글자를 봤을 때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표현을 시험용이 아닌 시나 산문을 통해 배웠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덕분에 우리나라 문맹률은 1%가 안된다고 조사됐다. 그러나 읽기와 달리 쓰기가 되면 결과가 좀 달라진다.

 

더군다나 핸드폰을 필두로 시각적인 것에 익숙해진 시청각 교육 세대는 펜을 잡을 일도 웬만해서 없다. 그들의 쓰기는' 네 감사합니다'를 사정없이 줄여 ㅇㅋ라고 적어 보낸다.

 

이처럼 간단한 톡을 보내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문장의 단락이 몇 번 바뀌면 어디서 띄어야 하는지, 어른들도 잠시 멈춤을 선언 하기도 한다.

 

조사 결과를 봐도 한글 표기 중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으로 31.4% 맞춤법, 21.4%는 띄어 쓰기라고 대답했고 전체의 52.8%가 신조어와 유행어 ,사자성어 ,외래어 표기라고 답변 하기도 했다.

 

몇 년 전 대학생 6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맞춤법 실수중 1위는 ‘감기 빨리 낳으세요’(26.3%) 였다.  이어 2위는 ‘어의가 없어요’(12.6%)  3위는 ‘제가 들은 예기가 있는데요’(11.7%)

4위는 ‘저한테 일해라절해라 하지 마세요’(10%) 5위는 ‘이 정도면 문안하죠’(7.3%), ‘구지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요’(6%)로 집계됐다.

 

아울러 ‘평소 호감이 있던 상대가 맞춤법을 자주 틀린다면? ’이란 질문에는 89.3%가 ‘호감이 떨어진다’라고 답했다. "여자들은 맞춤법 틀리는 남자를 진짜, 정말, 진심으로 싫어합니다. " 책 첫머리를 시작하는 작가의 말이다.

 

"여러분의 애인이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유는 맞춤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 주기 위해서였다는 사실, 모르셨죠? " 이주윤 작가의 재치 있는 삽화만 봐도 헷갈렸던 단어를 사진을 찍듯 기억하기 좋은 책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이란 책을 소개한다.

 

책은 5단계 총 53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고

1단계 - 이거 모르면 죽자에서는 병이 낫다. 아이를 낳다.



 

2단계- 살다 보면 틀릴 수도 있지-결제와 결재의 구별에 관해 쓰여있다. 이 돈을 제가 다 썼다고요- 결제(카드, 음식값등) 김 과장, 이 재수 없는 시끼-결재 (서류)

 

3단계- 이건 나도 좀 헷갈려- 몇일 며칠 ·사귀어 사겨등이 있다. 분명 몇일이라 배운 기억이 있어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다.

 

4단계- 맞춤법 천재가 된 오빠-얼마큼 · 가엽다 와 가엾다는 복수 표준어라는 사실.

 

 

 

 

5단계- 뇌색남으로 가는 길- 자주 틀리는 단어, 복수 표준어, 띄어쓰기도 참고로 나온다.

 

 

 

다음 만남을 기약할 때 번번이 쓰는 인사말이' 봬요'

 

봬요가 옳은 표현인 줄 알지만 중불나게 혼자 써봐야 한글도 모르는 얼뜨기처럼 보일까 봐 묵인하고 찜찜한 채 뵈요를 쓰기도 한다.

차이를 잘 모를 때는 그냥 외워버리자.(봬 자리에 해를, 뵈 자리에 하를 넣어 보세요)

 

그럼 금요일 저녁에 봬요. → 그럼 금요일 저녁에 해요.

그럼 금요일 저녁에 뵈요. → 그럼 금요일 저녁에 하요.(뵈어요로 쓸때는 맞는 표현이다.)

 

검은 봉지와 검정 봉다리의 차이는 무엇이 담겨 있는지에 따라 밀가루를 담은 건 봉지, 밀가리를 담은 건 봉다리 라는 경상도 식 유머가 있다 . 다행히 어떻게 말해도 웬만한 눈치가 있으면 알아듣는다. 이것이 우리의 언어 '한글'의 놀라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2020년 574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고마움과 아름다움은 물론 조금만 신경 써 맞춤법과 띄어쓰기 정도는 익혀두기 바란다.

 

더 나아가 문자를 적기보다 찍기 바쁜 요즘이지만 펜을 사용해 서체를 다듬는 노력이 뒷받침 되길 바라며 세종대왕의 백성을 사랑하여 불편함이 없게  (내 이랄 위하야 어엿비 너겨) 널리 쓰기를 (수비니겨 날로 쑤메 편안케 하고져 할 따라미니라 ) 바라신 애민 (民) 정신을 헤아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