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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총알.당일.새벽 배송에 쓰러지는 사람들

"우리 아들이 마지막 노동자이길 . . 제발 마지막 죽음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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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탑뉴스=성은숙 기자]  택배 노동자 한 분이 또 사망했다.

 

택배 노동자 김원종 씨는 48세이며 올해 들어 8번째 과로사 추정 사망자다.

김 씨는 배송 업무를 하던 중 갑자기 호흡 곤란을 호소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당일 오후 7시 30분쯤 숨졌다.

 

김 씨는 20년 동안 새벽 6시 30분에 나가 밤 9시에서 10까지 하루 15시간 이상, 300~400가구를 방문해 물건을 전달해야 했다.

 

당일 김 씨가 싣고 나간 물건은 355개의 물품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격리 단계가 높아지며 미국 마트에 생필품이 동날 때도 우리나라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믿을만한 유통과 다음 날이면 도착하는 택배 서비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고 도산하는 업체가 줄을 이었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오히려 급상승했다. 거기다 총알. 당일. 새벽 배송으로 경쟁의 불이 당겨지며 심지어 배송 약속 1분이라도 늦으면 반값 할인까지 등장한 추세다.

 

이에 예년보다 2~ 30% 정도 택배 물량이 늘어났고 전체 택배 노동량의 40%를 차지하는 분류작업에 7-8시간이 소요되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분류작업은 택배회사의 물류 터미널에서 지역별로 물품을 분류해 기사의 배송차에 싣는 작업을 말하며 보수가 따르지 않는 일이다.

 

택배 물량이 적은 2000년도 초반까지는 2시간 정도면 분류작업이 가능했기에 눈 감아왔던 관행이 룰이 돼버린 경우다. 거기다 택배기사 숫자가 물량 증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추석 전 이미 보수가 없는 분류작업이 부당하다며 택배 노조는 파업을 예고 했었고 , 회사는 택배를 하기 위해 물건을 싣는 행위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이미 배송비에 분류비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추석을 앞두고 추가 분류작업 인력 투입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예고했다가 추석 기간에 약 2670명 인력을 서브터미널에 투입한다는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의 약속으로 진정됐다.

 

하지만 "약속된 인원의 10분의 1 수준만 투입됐고, 사고 일터인 Cj대한통운에는 단 한 명도 투입되지 않았다"라고, 더불어 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이 밝혔다.

 

사고 당일에도 분류를 위해 총 5명이 일을 했고 그중 2명은 택배 기사들이 40만 원씩 걷어 고용한 아르바이트였다. 그나마 김 씨의 경우 그 비용을 줄이려 혼자 일을 했다고 알려졌다.

 

김 씨를 포함해 올해 사망한 8명은 택배 노동자라 불렸지만 산재보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택배기사는 현재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특수고용직 14개 직종에 포함은 되지만, 일반 노동자와는 다르며 본인이 신청하면 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

 

산재보험은 산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책임을 지는 의무보험으로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 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주가 국가에 소정의 보험료를 납부하여 그 기금(재원)으로 사업주를 대신하여 산재근로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제도로 100% 사업주가 부담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일반 노동자와 달리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Cj대한 통운에는 4910여 명이 일을 한다고 신고되어 있고 그중 64%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적용 제외 동의서를 작성하고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적용 제외 동의서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인 캐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들에게 절반의 보험료 부담을 피하는 사업자들이 쓰도록 회유하거나 작성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같은 필적의 여러장이 발견 되기도 했고 본인이 작성한 기억이 없다는 이도 있다.

 

즉, 동의서지만 사실상 50%의 보험료를 내기 주저하는 회사 측의 강제적 조항이다.

특히 cj 대한 통운은 전체 택배 물량의 50%를 차지하는 대기업이며 올해 사망자 8명 중 5명이 소속한 회사다.

 

대기업 택배도 시설 면에서는 분명 앞서지만 택배기사의 노동과 복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누리꾼들은 돈 더 벌려고 본인이 선택한 일이라거나 수입이 500만 원이 넘으면 당연히 힘든 것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법원에서조차 분류작업은 본인이 선택한 일의 준비 과정이라 본다며 법적으로 회사의 책임은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택배 기사들은 본인 차량을 사가지고 들어가는 조건으로 일을 받아 차 할부금, 기름값, 보험료, 파손이나 분실료 등을 대납 부담하고 나면 월 300만 원 정도의 수입이고 노동 시간이 8시간이라면 모를까 15시간 이상의 노동 대비 많은 보수는 아니라고 말한다.

 

대기업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키느라 10시를 넘기면 조회를 하다가도 컴퓨터가 꺼지고 저녁 6시가 되면 잔업을 하고 싶어도 접속 자체가 되질 않으니 노동계 또한 공평하다 보기는 어렵다.

 

어느 때는 개인 사업자로 어떤 때는 회사의 근로자로 분류하며 경계가 모호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주 5일 근무와 52시간 근로제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택배 회사는 2~3배 많아진 물량으로 실적을 내면서도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돈을 벌고 있다.

 

택배 노조는 앞으로 보름 동안은 휴일의 의미, 저항의 의미로 토요일 배송을 쉰다고 발표했다.

 

노조 측은 회사가 인력을 충원하고 산재보험료를 납부해 근무조건을 개선해 줄 것과 분류 작업시 적절한 임금 책정을 주장하고 있고 정부 부처는 민간 택배사이다 보니 권고안을 내놓을 뿐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물러나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배송 수수료 인상 외에 해답이 없는 실정이다.

 

회사 측이 비용을 떠맡지 않는 한 소비자에게 불똥이 떨어지고 남의 일로 가엾게 여기던 마음은 사라지고 소비자도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척의 치킨 배달도 3천 원을 주는 걸 당연시 하면서 수도권 내 2500원~3천 원의 택배비는 비현실적인 것도 사실이다. 거기다 택배비 중 30%는 회사를 통해 백마진으로 쇼핑몰에 넘겨진다.

 

택배는 종류에 따라 무게가 상당하며 보통 연립이나 다가구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김장철 절인 배추는 택배기사들의 기피 대상이다. 거기다 요즘은 배송 확인 서비스로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문자 전송까지 하는 실정이라 그들의 발걸음이 급해진다.

 

택배 노동자의 활동량을 측정한 결과 하루 평균 180층 정도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운동량에 분류작업 6-7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1,2분에 하나씩 배송을 해야 일을 마칠 수 있으니 처음엔 제법 체격이 좋은 분들이 여유 있게 4층을 올라오다 1년이 지나면 마른 몸이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이번 사고로 아들을 잃은 80대의 아버지는 아들이 죽어가는 시간에 택배 배송 지연으로 빗발치는 항의전화를 받고 사과를 해야 했다고 울먹였다.

 

또 "일이 터지고 나니 주위에서 cj 대한 통운은 크고 좋은 회사라고 하는데 장례를 마치는 동안 찾아오기는커녕 젓가락, 수저, 컵 등 소량의 장례용품만 삐죽 보내왔다"며 "우리 아들이 회사의 불합리에 죽어가는 마지막이길. .제발 . . 마지막 죽는 노동자이길 바란다"고 같은 말만 반복했다.

 

회사의 이익과 우리의 편리가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발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